🗿 광개토대왕릉비(廣開土大王陵碑)

광개토대왕릉비는 고구려 제19대 왕인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아들 장수왕이 414년(장수왕 3년)에 세운 기념비입니다. 현재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 즉 옛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였던 국내성 근처에 남아 있습니다.

이 비석은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 대외 관계를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압도적인 사료로 평가받습니다.

크기: 자연석을 다듬은 거대한 화강암 비석으로, 높이가 약 6.39m에 달하며, 폭은 1.34m ~ 2m에 이르는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비석입니다.
비문: 네 면에 걸쳐 약 1,775자의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풍화와 마모로 인해 일부 글자가 손상되었으나, 현재까지도 고구려의 역사를 증명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서체: 예서(隷書)와 해서(楷書)가 혼합된 형태의 고구려 독자적인 서체를 보여줍니다.

광개토대왕릉비의 비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광개토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분	주요 내용	역사적 의미
제1부 (건국 과정)	고구려의 건국 시조(추모왕, 주몽)의 신성한 기원과 건국 과정을 기록.	고구려가 스스로 천손(天孫, 하늘의 자손)의 나라임을 천명하며, 중국과 대등한 황제국의 위상을 강조.
제2부 (광개토대왕의 업적)	광개토대왕의 즉위와 재위 기간 동안의 정복 전쟁 및 군사 활동을 상세히 기록.	북쪽으로는 거란과 숙신, 남쪽으로는 백제와 왜(倭)를 격파하고 광활한 영토를 확보한 사실을 증명함. (특히 400년 신라에 5만 원군을 파견한 기록 포함).
제3부 (능 관리)	수묘인(守墓人) 제도와 대왕릉을 관리하는 규정 및 절차를 기록.	고구려의 신분 제도와 조세 제도의 일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광개토대왕릉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2부의 **'신묘년 기사'**입니다.

"...(신묘년) 왜(倭)가 바다를 건너와 백잔(百殘, 백제) $\cdot$ 신라를 파괴하고 신민(臣民)으로 삼았다..."

일본의 해석 (임나일본부설의 근거): 일본은 이 기록을 **'신묘년(391년)에 이미 왜가 한반도 남부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한국 학계의 반박: 한국 학계에서는 이 비문이 훼손된 부분을 **일본이 의도적으로 조작(개변)**했거나, 혹은 고구려 중심의 과장된 기록일 뿐이며, 왜가 백제와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반박합니다.

이 비석은 동북아시아 국제 관계와 고구려-왜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여전히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적 논쟁의 중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