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미사변(乙未事變)

🔪 을미사변(乙未事變)

**을미사변(乙未事變)**은 1895년(고종 32년, 을미년) 10월 8일,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三浦梧樓)**의 주도 하에 일본인 낭인들과 군인들이 경복궁에 침입하여 **명성황후(明成皇后, 당시 민비)**를 시해한 잔혹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조선의 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었음을 전 세계에 알린 비극적인 사건이자, 구한말 역사에서 일본의 침략 야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1. 배경: 일본 견제를 위한 명성황후의 노력

을미사변은 청일전쟁 이후 조선에서 커진 일본의 영향력을 명성황후가 견제하려 하면서 발생했습니다.

• 청일전쟁 후 일본의 독주: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에 대한 내정 간섭을 강화하고 친일 내각(김홍집 내각)을 통해 개혁(갑오개혁)을 강요하며 조선을 완전히 장악하려 했습니다.

• 친러시아 정책 추진: 명성황후는 일본의 독주를 막기 위해 러시아, 미국 등 다른 서구 열강들을 끌어들이는 친러시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 특히, 일본이 청일전쟁 승리 후 확보했던 요동반도를 러시아 주도로 3개국이 압박하여 청나라에 반환하게 한 삼국간섭(三國干涉, 1895년 4월) 사건을 계기로, 명성황후는 일본의 세력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러시아를 택했습니다.

• 일본의 위기감: 일본은 명성황후가 자신들의 조선 지배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친일파들을 제거하고 러시아 세력을 끌어들이는 배후 조종자라고 판단하고 그녀를 제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 경과: 궁궐 침입과 시해

일본은 왕궁의 경비를 담당하는 훈련대 일부와 일본인 낭인들을 동원하여 치밀하게 시해 계획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 실행 주체: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가 계획하고, 일본인 낭인 및 일본 공사관 소속 군인들이 주축이 되어 친일파 내각의 일부 인물(을미사변 직후 김홍집 내각이 친일 인사들을 다시 등용함)이 협력했습니다.

• 침입 및 시해: 1895년 10월 8일 새벽, 이들은 경복궁의 **건청궁(乾淸宮) 곤녕합(坤寧閤)**에 난입했습니다.

  • 난입자들은 궁녀들 속에 숨어있던 명성황후를 찾아 잔인하게 시해하고, 시신을 궁궐 밖으로 옮겨 소각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3. 결과와 역사적 영향

을미사변은 단순한 왕실의 비극을 넘어, 조선의 운명을 바꾼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 고종의 공포와 아관파천: 눈앞에서 황후가 살해당하는 충격을 목격한 고종은 신변의 극심한 위협을 느껴 1896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국왕이 자국 궁궐을 버린 국권 상실의 치욕적인 상징이었습니다.

• 전국적인 의병 봉기: 사건 이후 친일 내각은 **단발령(斷髮令)**을 강제로 시행했습니다. 을미사변으로 인한 민족적 분노와 단발령에 대한 유생들의 반발이 결합하여 **을미의병(乙未義兵)**이 전국적으로 봉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일본의 외교적 부담: 잔인한 범죄 행위가 국제 사회에 알려지자, 일본은 외교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우라 고로 등을 본국으로 소환하여 형식적인 재판을 벌였으나 곧 무죄로 풀어주었습니다.

을미사변은 일본의 침략 야욕이 국왕의 부인까지 무력으로 제거하는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며, 조선이 근대화의 길목에서 겪은 가장 비참한 주권 침해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